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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핵관련 문제들의 종합선물 세트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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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조회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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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핵관련 문제들의 종합선물 세트 지역


정수희 에너지정의행동 선임활동가


“결국 들통 나게 될 거짓말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0일, 국회도서관에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기본계획의 쟁점과 문제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발전소 주변 지역주민들의 증언대회가 있었습니다. 이 증언대회는 지난 6월,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했기 때문에 진행되었습니다. 핵발전소를 가동하게 되면 반드시 남게 되는 것이 핵발전의 원료를 사용된 우라늄의 처리입니다. 사용후핵연료라 불리기도 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라 불리기도 한 이 부산물은 사람들의 생활권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채 보관해야하는 기간만 최소 10,000년입니다. 우리나라가 핵발전을 시작한지도 약 40년이 되어가고, 각 발전소에 발생한 사용후핵연료의 양도 어마어마하여 이를 보관해 놓은 공간이 부족하여 발전소를 더 돌리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지난 몇 년에 걸쳐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라는 것을 진행하여 지난 6월에 이를 바탕으로 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에는 지역주민들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반영되고, 심지어는 한 번도 이야기해 본적 없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발전소 각 지역의 주민들이 현재의 정부계획이 무엇이 문제이며, 주민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말’을 하기 위한 증언대회가 마련되었습니다.


부산과 제주, 영광, 울진, 경주, 영덕, 대전 등의 주민들이 이번 증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이들 지역 주민들은 하나 같이 “서울에 올라와야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직을 만날 수 있다”, “매번 들통 날 거짓말을 왜 자꾸 주민들에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정부와 한수원은 과학자들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주민들이 잘 몰라서 불안해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주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위험과 불안을 무지의 소산으로 치부하고, 이들 지역에 위험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돈’의 문제로 환원해 버립니다. 즉 “얼마면 되냐”입니다. 얼마를 주면 사용후핵연료를 지역에서 수용할 수 있겠냐고 비열하고 비겁한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되묻습니다. 인류의 역사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완전히 밀폐된 상태로 그것의 부산물을 보관해야하는 핵발전을 선택한 것은 소수의 정책관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책임은 온 국민이 져야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미래 세대들이 그 책임을 이어가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현재 접근 방식 역시 매우 국지적이어서 ‘무지하고 이기적인 지역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동의를 얻을 것인지에만 혈안 되어 있습니다.


“부산은 핵 관련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지역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핵발전소 지역주민 증언대회를 보면서 부산의 현재 상황이 너무 답답했습니다. 말 그대로 부산은 핵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안고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지역이다 보니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핵에너지관련 정책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예외인 것이 없습니다. 그만큼 대응해야하는 일이 많은데 강약을 조절하며 시민들의 뜻을 모으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이 마련되고 공청회가 6월 17일에 있었습니다. 이날 공청회 역시 여타 다른 공청회와 다를 바 없이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정부는 공청회가 시작되기 2시간 전에 미리 참석자를 동원하여 자리의 2/3를 차지하였습니다. 오전 10에 시작되는 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각 지역에서 출발하여 서울에 왔건만, 주민들은 공청회장에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겨우 공청에 장에 들어간 주민들은 발언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공청회장이 소란스러워지자 정부가 공청회를 서둘러 끝냈기 때문입니다. 이로서 부산은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발전소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지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해야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향후 핵발전소가 얼마나 늘어날지, 얼마간 이 위험을 부담해야할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인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9명의 표결로 부산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결정되었습니다. 부산의 9번째 10번째 핵발전소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력시장은 과도한 발전소 건설로 인해 현재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스화력발전소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전력 수요에 따라 핵발전소를 가장 먼저 가동을 하고 나머지 필요한 전력을 석탄과 LNG 발전소에서 충당하고 있는 방식 때문입니다. 전력수요를 과도하게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발전소 건설을 허가하다 보니, 예상보다 전력사용량이 증가하지 않자 지어놓은 발전소들이 가동을 하지 못한 채 놀리고 있는 일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일부 LNG 발전소들은 완공 후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승인 되었습니다. 이미 신고리 3,4호기 건설로 세계 최대 핵발전소 밀집지역인 부산입니다. 최근에 발생한 진도 5의 지진은 더 이상 우리나라가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부산과 울산에 인구가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기가 부족해 발전시설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시민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이 시민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 7명의 찬성으로 결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기장주민들은 핵발전소 인근 바닷물로 만든 해수담수를 수돗물로 사용하길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에서는 매일 기체와 액체상태의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핵산업계는 미량의 배출이라 건강에는 아무런 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이미량의 방사성 물질을 작지만 매일 섭취하고 있고, 가랑비에 옷이 젖듯 이것의 영향으로 주민들이 건강상의 문제를 격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의학 교과서에도 미량의 방사성 물질은 노출 된 만큼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한수원을 상대로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데 기장주민들은 핵발전소 인근의 바닷물을 수돗물로 마시길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애초에는 실험용 공업용 용수를 생산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설의 완공이 다가오자 말을 바꾸어 수돗물로 공급한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한 것입니다. 지난 3월, 기장 주민들은 주민들 스스로 주민투표를 실시했습니다. 부산시가 국책사업이라는 핑계를 들어 주민투표를 거부하자, 주민들이 직접 주민투표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그 결과 89.3%의 주민들이 기장해수담수 수돗물 공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의 생각이 이러한데, 부산시는 벌써 3번째 ‘수질검증협의회’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잘 몰라서’ 그러니 전문가들이 수질검증을 다시 해 물을 공급하겠다는 뜻입니다.


사용후핵연료든 신규핵발전소 건설이든, 그리고 핵발전소 인근의 바닷물을 수돗물로 마시는 일이든, 정부와 해당 관료들의 인식은 언제나 “주민들이 몰라서 반대한다”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의 역사나 최근의 사건들을 보더라도 옳은 시각이 아닙니다. 그래서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정부와 한수원이 “들통 날 거짓말을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고리1호기를 폐쇄를 이끌어낸 부산시민들이 이들 정부와 한수원에 본 떼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우리의 문제를 일부 관료들의 책상머리에서 결정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안전을 몇몇 관료들의 장난질에 놀아나지 않도록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욕심입니다만 그렇게 부산 시민들이 ‘정의로운 에너지 사회’를 가장 선두에서 만들어 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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